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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국 힙합씬에 유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하게 지표를 들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냥 왠지 느낌? 감?이 들더라고요.
아마 새로운 팬분들이 외국 힙합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중 하나는 칸예의 한국 리스닝 파티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여기서 칸예는 리스닝 파티임에도 불구하고 뜬금 자기 곡들 메들리를 라이브로 들려주고 갔죠.
이에 이어 올해 다시 한번 이번에는 내한 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이것 자체가 워낙 바이럴이 많이 돼서 평소에 이런 음악에 관심 없던 분들이 칸예를 접하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텐데요.
아마 최근에 외국 힙합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들에게는 칸예는 논란의 인물로 인식되고 있을겁니다.
나치를 옹호하고 유대인을 혐오하고 온갖 정신나간 말들을 트위터에 써대고 이런 사람으로 말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칸예의 기행중에 하나라도 했으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영원히 연예계활동은 못할 정도로 캔슬 컬쳐 당했을건데 왜 아직까지 이 사람의 음악을 소비해줄까요?
일단 제가 어느정도 그것에 대해서 칸예를 변호하면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저도 칸예를 옹호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칸예의 최근 행동들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칸예의 음악을 아직까지 소비하고 설령 최근에 그 많은 기행을 벌이더라도 아직까지도 칸예를 애증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조금은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되어 추천하고 싶은 앨범도 물론 있기도 하고요.
일단 칸예가 최근의 그런 기행을 벌이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추측이 되는데요.
첫번째로는 아산화질소 중독입니다.
https://okmagazine.com/p/kanye-west-ex-chief-staff-self-destructive-nitrous-gas-celeb-dentist/
Kanye West's Ex-Chief of Staff Claims His 'Self-Destructive' Behavior Could Be From Recreational Use of 'Nitrous Gas' Supplied b
Kanye West's former chief of staff Milo Yiannopoulos claimed dentist Thomas P. Connelly supplied recreational nitrous gas to the rapper in a legal affidavit.
okmagazine.com
칸예의 측근 중 하나가 칸예의 이런 기행이 치과의사가 과도하게 처방한 아산화질소의 중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산화질소로 칸예를 제대로된 사리분별이 못된 상태를 만든 후 중독을 통해 막대한 처방료를 받으려고 했다는 주장이죠.
또 다른 이유로는 어머니인 돈다 여사의 죽음입니다.
칸예의 어머니가 살아있던 시절 칸예는 심각할 정도의 마마보이라고도 유명했는데요.
그만큼 칸예와 어머니의 사이가 좋았고 칸예는 어머니에 관한 곡도 썼죠.
https://www.youtube.com/watch?v=jxyGXNecMno
이곡은 참고로 돈다 여사의 생전 핸드폰 벨소리였다고도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돈다 여사가 의료사로고 목숨을 잃고 칸예는 엄청난 상실감에 빠지게 되는데요.
저는 사실 이때를 기점으로 칸예의 음악에서의 감정선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돈다여사의 죽음 이후인 칸예의 4집부터는 무언가 뒤틀리고 우울한 감정이 조금씩 섞여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워낙에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인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의 기행에 어머니의 죽음을 이유로 들 수 있느냐라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https://our.today/kanye-west-reveals-ongoing-struggle-with-suicidal-thoughts-after-mothers-passing/
Our Today
Reading Time: 2 minutes Rapper Kanye West holds his first rally in support of his presidential bid in North Charleston, South Carolina, U.S. July 19, 2020. (Photo: REUTERS/Randall Hill/File) Acclaimed rapper and producer Kanye West shares his ongoing strug
our.today
하지만 칸예는 지난달 나온 기사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한달에 한번씩은 자살 생각을 했었다고도 밝혔는데요.
최근 5주가 유일하게 자살 생각을 하지 않은 기간이었다고도 말합니다.
이를 보면 칸예를 어머니에게 사랑을 넘어 집착까지 느껴질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알려진 바로는 장녀인 노스 웨스트를 그토록 아끼는 것도 노스 웨스트에게서 어머니가 겹쳐보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칸예가 가지고 있는 정신병, 양극성 장애인데요. (최근에는 자폐증까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칸예의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앨범이 바로 오늘 추천드릴 8집인 Ye 입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앨범은 칸예의 최고작이라고 불리는 앨범은 아닙니다.
발매당시 혹평을 받았던 앨범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시간이 지난 후 롤링스톤즈는 50 Genuinely Horrible Albums by Brilliant Artists 중 1위에 이 앨범을 놓았습니다.
50 Genuinely Horrible Albums by Brilliant Artists
Horrible Albums By Brilliant Artists.
www.rollingstone.com
이 앨범의 평가가 애매했던 이유를 몇가지 꼽아보자면 일단 이전까지의 칸예 디스코그래피가 너무 화려했습니다.
1집부터 7집까지는 모든 앨범이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이었기에 8집은 이전 앨범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집에서는 혁신적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전의 앨범들에서는 칸예는 한발자국 앞서간 그 무언가를 모든 앨범에서 보여주었는데요 8집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음악도 상대적으로 심심했습니다.
물론 이 앨범에는 칸예 커리어에 손꼽을 정도로 좋은 트랙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트랙들이 심심한 느낌인건 사실입니다.
아까와 비슷한 이유지만 칸예 특유의 천재적인 프로듀싱의 느낌이 부족하죠.
사실 그럼에도 저는 이 앨범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마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비슷한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이 앨범은 우리가 봐오던 슈퍼 스타로서의 칸예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한명의 인간 칸예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은 칸예의 커리어에서 가장 솔직하고 유약한 모습이 보이는 앨범이기도 하거든요.
앨범 커버에는 산과 텍스트가 보입니다.
저 산에 관련된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이 당시 칸예는 힐링을 위해 거처를 와이오밍 주로 옮기게 됩니다.
여기서 칸예는 음악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이 당시 만들었던 작업물들을 '와이오밍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와이오밍 프로젝트에는 Kanye West - Ye, KIDS SEE GHOST(Kanye West & Kid Cudi) - KIDS SEE GHOST, Pusha T - Daytona 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 산은 와이오밍 주에서 보이는 로키산맥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텍스트는 'I hate being Bi - Polar its awesome'이라고 되어있는데 '나는 양극성 장애로 있는게 싫어 그건 멋진 일이니까'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뭔가 난해하면서 저 텍스트 하나로 칸예의 정신상태를 바로 알 수 있다는 생각이 안드시나요?
제 생각에는 저 짧은 문장이 양극성 장애를 너무나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트랙 내용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하는데요.
1번 트랙인 I Thought About Killing You 부터 칸예는 자살에 관련한 이야기를 합니다.
앞서 한 기사에서 칸예는 돈다 여사의 죽음 이후 매달 자살에 관련해 생각을 해왔다고 하죠.
가사 번역 출처: https://hiphople.com/album/12252474?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kanye
Kanye West - ye - 전곡 해석 - 힙합엘이 | HIPH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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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le.com
1번 트랙 I Thought About Killing You 가사 중
I love myself way more than I love you
난 너보다 나를 훨씬 사랑해
And I think about killing myself
그리고 자살 생각을 해
So, best believe, I thought about killing you today
그러니, 믿으라고, 오늘 난 너를 죽일 생각을 했어
그리고 2번 트랙인 Yikes 에서는 자신의 양극성 장애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양극성 장애에 걸린 환자들 중에서는 25%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조증 상태에서의 자기 통제가 힘든 것에 대한 공포를 고백하죠.
2번 트랙 Yikes 가사 중
Shit could get menacin', frightenin', find help
이거 좀 위협적으로, 공포스럽게 변할 수 있어, 도움 구해라
Sometimes I scare myself, myself
가끔은 나도 내가 겁나, 겁나
Shit could get menacin', frightenin', find help
이거 좀 위협적으로, 공포스럽게 변할 수 있어, 도움 구해라
Sometimes I scare myself, myself
가끔은 나도 내가 겁나, 겁나
하지만 이 트랙의 마지막에 가서는 또 다른 가사를 뱉습니다.
이 앨범 커버의 텍스트와도 어찌보면 비슷한 맥락이죠.
전반부에서는 자신의 양극성 장애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지만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이것은 초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이것또한 양극성 장애를 보여주는 대목이지 않을까 싶네요.
2번 트랙 Yikes 가사 중
That's my bipolar shit, nig** what?
이건 나의 양극성 장애, 임마 뭐?
That's my superpower, nig** ain't no disability
이게 나의 초능력이야, 장애가 아니라고
I'm a superhero! I'm a superhero!
나는 수퍼히어로다! 나는 수퍼히어로다!
그리고 4번트랙인 Wouldn't leave 로 넘어가서 이 트랙은 당시의 아내였던 킴 카다시안에 대한 트랙입니다.
이 당시 칸예는 많은 논란이 될 발언들을 내뱉었지만 옆에서 킴 카다시안이 떠나지 않았다는 그런 이야기죠.
이 트랙은 킴 카다시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트랙입니다.
지금은 결별했지만 당시 칸예에게 킴 카다시안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죠.
4번트랙 Wouldn't leave 가사 중
My wife callin', screamin', say, "We 'bout to lose it all!"
아내는 전화해서 소리 질러 "이러다 다 잃겠어"
Had to calm her down 'cause she couldn't breathe
거의 숨을 못 쉬길래 진정시켜주고
Told her she could leave me now, but she wouldn't leave
그렇게 힘들면 떠나도 된댔는데 그렇게는 안 해
그리고 6번 트랙 Ghost Town 으로 넘어가서는 칸예는 자유에 대해서 말을 하는데요.
아마 이 트랙에서 칸예가 말하는 자유라는 것은 불안정한 칸예의 상태의 안정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이 프로젝트가 사람이 많이 없는 한적한 와이오밍에서 진행되었다는 것과 당시의 칸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말이에요.
여담으로 이 곡은 칸예의 커리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6번 트랙 Ghost Town 가사 중
Yeah, and nothing hurts anymore, I feel kinda free
그래, 더 이상 아무것도 아프지 않아, 자유로워진 기분
We're still the kids we used to be, yeah, yeah
우린 여전히 과거의 그 꼬마야, yeah, yeah
I put my hand on a stove, to see if I still bleed
아직도 피가 흐르는지 보려고, 오븐에 손을 얹지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7번 트랙 Violent Crimes 에서는 딸의 아빠가 된 칸예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동안 남자로 살아오며 여성을 대해오던 칸예가 아빠가 되어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어떤지를 알 수 있죠.
7번 트랙 Violent Crimes 가사 중
Nig*** is savage, nig*** is monsters
남자들은 야만인이고, 남자들은 괴물이란 거
Nig*** is pimps, nig*** is players
남자들은 포주고, 남자들은 플레이어
'Til nig*** have daughters, now they precautious
딸을 가지기 전까지 말이야, 이제 다들 신중해져
Father forgive me, I'm scared of the karma
신이시여, 용서해주세요, 업보라는 게 무섭네요
'Cause now I see women as somethin' to nurture
이제 여성들이 돌봐야 할 무언가로 보이니까요
Not somethin' to conquer
정복할 뭔가가 아니고요
지금의 칸예는 분명 괴물이 되어버렸지만, 오랫동안 외국 힙합이나 칸예에게 관심을 가져온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여러 기행을 벌이던 와중에도, 그는 늘 엄마를 깊이 아꼈고, 딸을 지극히 사랑했으며, 정신병과 자살 충동으로 괴로워하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은 아직 칸예의 마음 깊은 어딘가에, 거만하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그 '올드 칸예'가 남아 있지 않을까 바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의 행보를 보면 그 기대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요.
지금의 칸예는 실드도 불가능한 미치광이가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이 앨범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이런 감성의 앨범을 다시는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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