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echii 혐오 현상으로 본 요즘 우리나라 음원 시장에 대한 생각
오늘 들고 온 이야기는 요즘 팝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Doechii' 사태를 듣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도치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글은 도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난 우리나라 음원 시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다가 하나의 영상이 알고리즘에 떴습니다.
바로 음악 평론가 앤써니 판타노(Anthony Fantano)가 요즘 Doechii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언급한 영상인데요.
영상의 주된 내용은 '요즘 도치가 과하게 까이고 있다'라는 겁니다.
저도 도치의 곡 'Anxiety'가 바이럴이 많이 되고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 곡에 대한 반응이 꽤나 엇갈린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 불호의 반응이 판타노 유튜브의 소재로 다뤄질 정도라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영상의 내용 중 판타노의 친한 친구 몇몇이 이 곡이 부정적인 반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로 '곡에서 Gotye 샘플이 너무 도드라지게 쓰였고 특별히 변형된 부분이 없어서 그게 거슬린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판타노는 부정적인 반응에 관해서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을 들었지만 제가 이 부분에 꽂힌 이유는 요즘 국내 음원 시장의 흐름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리메이크 음원들이 정말 많이 발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어떤 가수가 기존 곡들을 리메이크 & 과한 바이럴 마케팅이 결합하여 음원 차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간혹 보입니다.
위 영상에서 판타노는 이러한 흐름을 레이블이 기존 히트곡의 샘플이나 보간을 활용한 팝적인 코러스를 가진 싱글을 발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음원 바이럴에 관련한 글을 두개 정도 쓴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이럴에 대해서 긍적적인 의견을 또 하나는 바이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적은 적이 있죠.
저는 그때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바이럴의 목적을 숨기지 않고 약간의 대세감을 조성하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로 보진 않지만, 바이럴의 목적 자체를 숨긴 채 과도하게 대세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사람들의 첫 인상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요.
최근의 음원 시장은 점점 후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여 우려스럽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케팅의 형식은 양산형 쇼츠나 릴스에 곡을 삽입해 알고리즘을 타게 만들거나, 논란성 마케팅으로 관심을 끄는 방식, 혹은 음원 순위를 임의적으로 높이려는 시도 등등이 언급되죠.
물론 음원 사재기에 관련해서는 '실제로 가수나 회사가 사재기를 한게 맞냐'라는 말이 아직도 많습니다.
실제로 사재기가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누가 했고 누군 하지 않았는지, 이건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요즘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걸까요?
요즘 멜론 음원차트는 납득이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멜론의 Top100 차트는 빠른 음원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의 차트가 이런 상태라는 것이 정말 아쉽죠.
다시 리메이크 음원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저는 리메이크 음원 발매 그 자체가 트렌드가 되는 현상은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리메이크 음원 발매가 많아지는 현상은 (특히 제가 좋아하지 않는 방식의 바이럴과 함께라면) 새롭게 음악을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이 신선한 시도를 해볼 여지를 점점 줄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메이크가 그냥 날로 먹는건줄 아냐. 리메이크도 쉬운일 아니고 요즘 트렌드에 맞게 각색도 해야하고 새로 창작하는 것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리메이크 곡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적하는 혹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분들이 지적하는 그러한 리메이크 곡의 의미는 원곡과 크게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 그저 부르는 가수만 갈아끼워진 그러한 곡들 입니다.
이런식의 손쉽게 흥행을 노려보려는 리메이크 중심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음악 산업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설 자리가 조금씩 사라질 수 밖에 없겠죠.
사실 위에 있는 판타노의 영상에서도 이 곡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그와 동시에 폭발적인 바이럴을 통한 인지도 상승이 도치를 처음 접하는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첫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합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데요.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는 방식의 마케팅은 결국 수명이 길지 못합니다.
특히 이런 리스크는 아티스트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명 단계일수록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 남는 첫인상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고 또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죠.
아무리 단기적으로 음원 순위를 끌어올려 Top 100 안에 이름을 올린다 하여도 것이 아티스트의 장기적인 커리어에 무조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