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힙합/잡담

나의 음악 청취 연대기 - 내가 힙합을 처음 듣게 되고 난 후 지금까지

dayjack 2025. 3. 27. 18:13

이 글은 언제 시간이 되면 꼭 적어보고 싶었던 주제입니다.

제가 힙합을 어떻게 입문했고 또 어떤 음악을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요.

사실 사람도 거의 안오는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봤자 누가 읽어 보겠냐만은 저 스스로도 지금까지 어떤 음악을 들어오면서 어떤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처음 힙합을 들은건 초등학생 3학년 또는 4학년때 였을겁니다.

그 당시 초등학생인 저는 우등불이라고 어떤 동아리? 특별활동? 같은 것을 부모님이 신청해줘서 친구와 같이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갔던 동아리가 힙합 동아리였습니다.

그때 저는 힙합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대중 음악도 별로 듣는 사람이 아니었죠.

아무튼 그곳에서 아마 대학생? 분들이 힙합이 뭔지 알려주고 랩음악을 소개해주고 랩을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이었는지는 확실하진 않네요.

검색해보면 그당시 우등불은 성공회대학교에서 했다고 하긴 했는데 외부에서 섭외되어서 진행된건지 당시 대학생이 참여한건진 모르겠습니다.

그 중 한분은 힙합 쪽 오래 관심있으신 분들은 말하면 알만한 분도 계셨어요.

그 분은 본인 닉네임의 유래를 알려줬어서 시간이 꽤 지났어도 그런 사람이 있었지하고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계셨던 분들이 아마 지금 제가 다시 이름을 들으면 전부 알만한 사람들이었을수도 있습니다.

당시에 힙합 좋아하는 대학생?(혹은 언더 래퍼였을수도?)분들이 오셔서 앨범하나를 들려주셨는데 그게 Minos - Ugly talkin 이었거든요. (앨범 커버가 너무 독특해서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때 우등불 활동에서 처음 들었던 힙합 음악이 Epik high - Fly 였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에픽하이가 무슨 그룹인지도 모르는 음악과는 전혀 친하지 않던 아이었죠.

근데 그렇게 랩이 뭔지 라임이 뭔지 알게되고, 힙합은 기본적으로 비트가 루프가 되는 장르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때의 영향으로 저는 그 이후로도 에픽하이 신곡이 나왔다 하면 친구들과 컴퓨터실에서 에픽하이 뮤비를 확인했었습니다.

또한 그 당시 스나이퍼 사운드 래퍼들도 들어보고 했던 것 같네요.

사실 이때까진 힙합을 깊게 찾아듣고 그런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관심은 메인스트림 래퍼들에 한정해 있었죠.

 

그리고 중학생이 되고 저는 언더그라운드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입문했을 당시는 언더그라운드 4대 레이블/크루가 있던 시절이었죠.

오버클래스, 무브먼트, 소울컴퍼니, 지기펠라즈가 한국힙합을 대표하던 큰 집단이던 시절입니다.

또 힙합플레이야에서는 믹스테잎 게시판이었던가요?

거기서 믹테도 꾸준히 나오던 시절이었고요.

저는 그 당시 소울컴퍼니 음악을 정말 많이 듣게 됩니다.

그 당시 다른 래퍼들의 작업물들도 미친듯이 듣던 시절이었구요.

소울컴퍼니 래퍼들은 모두 다 골고루 들었지만 그 외에 정말 많이 듣던 음악은 Vasco - Guerrilla Muzik Vol. 1 - Prologue 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중학교 2학년이던 해에 소울컴퍼니는 갑작스럽게 해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울컴퍼니가 해체를 하기 얼마전 제가 국힙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인 Mad Clown - Anything Goes가 발매됩니다.

 

그렇게 한국힙합의 역사에 남을 레이블 하나가 사라지고 힙합씬은 다음해에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쇼미더머니를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아실분들은 아시겠지만 쇼미더머니가 초반에 힙합 코어 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시작을 한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아무튼 쇼미더머니 이 프로그램이 워낙에 대히트를 쳐버린지라 제가 알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모두가 알게 되고 다들 랩을 들으며 신나하는 모습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언더 힙합씬 자체가 워낙 마이너하고 돈벌이가 안돼서 예전의 래퍼들은 투잡허슬이 멋이던 시절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국내 힙합씬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 제가 듣는 음악은 외국힙합 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가 외국힙합에 입문하던 해에 Kanye West - Yeezus가 신보로 나옵니다.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당시 Kendrick Larmar- To Pimp A Butterfly 도 신보로 나오고 사람들의 반응이 난리가 나는 것도 목격했죠.

특히 제가 외국힙합을 제일 많이 듣던 고3 야자시간에는 당시 2015년도 신보였던 Lupe Fiasco - Tetsuo & Youth 이 앨범에 미쳐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로 음악을 점점 숙제처럼 듣게 되어서 일까요.

아니면 제가 '힙합은 무조건 앨범 채로 들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일까요

점점 음악을 찾아듣고 알아가는 것에 지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힙합에 관심이 사라지게 됩니다.

당시 힙합의 트렌드가 트랩쪽인 것도 제가 관심이 적어지는데에 한몫을 했어요.

제가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에픽하이 소울컴퍼니 쪽으로 음악에 제대로 입문해서인지는 몰라도 당시 트랩은 제가 적응하기 힘들던 장르였습니다.

물론 제가 예전에 더티사우스라고 불리오던 그쪽의 음악들을 싫어하진 않았는데 제가 힙합에 관심이 꺼지던 그때 유행하던 트랩은 뭔가 느낌이 잘 안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힙합에 관심을 끄고 앨범을 통으로 돌려야한다는 강박도 일부 버린채 몇년간 제이팝, 페퍼톤스, 크라잉넛, 노브레인, 넥스트 이런 음악들을 듣기 시작합니다.

물론 윤상님의 음악이나 시티팝 또는 소울음악을 엄청나게 듣던 시기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밴드 사운드를 선호했던 것 같아요.

이 당시에는 유키카 - 서울여자, 크라잉넛 - OK 목장의 젖소, 윤상 - CLICHÈ, 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검청치마 - 201 이 앨범들을 많이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락을 제대로 파보자 또는 그 외의 장르를 제대로 파보자 이런건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사 명반 100위안에 있는것들중 듣고싶은 것들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집중해서 듣는 느낌보다는 그냥 편하게 틀어두는 느낌으로 음악을 감상해왔던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유행이 남들보다 한박자정도 빨랐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남들 힙합 다 안들을때 힙합듣고, 국힙씬이 가장 주목을 받던 시기에 외힙으로 넘어가고 그리고 밴드 사운드의 트렌드가 오기 전에 미리 밴드 사운드에 빠져있었으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시간이 또 흐르고 지금에 와서는 다시 힙합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힙합을 다시 듣게 되면서 재밌는건 어릴때부터 들어오던 그 음악의 감성이나 느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저의 취향에 많이 녹아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결국 어릴때 취향이란건 무시 못하더라고요.

기존보단 조금 더 감성적인 에픽하이, 소울컴퍼니 이런쪽으로 입문해서 그런지 지금의 음악취향에서 그 부분이 강하게 반영됩니다.

빡센 사운드 보단 좀 더 멜로디컬한 재즈힙합을 좋아하고, 내면을 보여주는 가사 혹은 내게 힘을 주는 가사를 조금 더 선호하고 이런 부분들에서 특히 체감이 됩니다.

 

간만에 제가 어떤 음악을 어느 시기에 들어왔는지를 생각해보면서 저 스스로도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앨범들도 몇개 생각이나고 간만에 돌려볼까 싶은 앨범들도 떠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후에는 어떤 음악을 들을지도 어떻게 취향이 바뀔지도 기대되기도 하고요.

혹시라도 이 글을 우연히 발견해서 읽게 되시는 분들이더라도 꼭 본인이 어떤 음악을 언제 들어왔고 이런 것들을 기억하며 본인이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